인도 파트나 지역의 지점장으로 있던 시절의 일이다.
한 마케팅 매니저가 본사 온라인 마케팅 팀장에게 조롱을 당했으니 전화해서 복수해 달라고 달려왔다. 그동안 파트나팀이 허위로 매출을 높게 만들어서 일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는 것이다. 편의상 마케팅 매니저를 A, 온라인 팀장을 B로 하자.
최근 파트나 지점의 실적이 좋아 다른 지점의 시기와 질투를 받고 있었다. (영업팀 간에는 비교 당하는 문화가 어느 회사든 존재하는것 같다.) 회계감사가 진행 되던 중 매출금액과 실제 입금 금액이 차이가 나고 있음이 밝혀졌고, 지점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우리 지점이 타깃이 된 것이다.
자세히 내용을 보았더니 시스템 상의 문제가 있었다. 실제 판매 금액보다 매출이 높게 책정되어 있던 것이다. 그 동안 회사는 내야 하는 것보다 많은 세금을 내고 있었고 B가 주장하는 우리의 거짓 매출 보고로 인해 회사에 큰 손해를 끼친것으로 알려진 것이다.
B는 바로 이 시스템 개발자로 회사에 입사했다. 그리고 누구 보다 많이 이 시스템에 관련이 있다는 것을 전 직원이 다 알고있다.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시스템 상의 문제가 있음은 누구나 쉽게 찾아 낼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 것이었고, 그것을 A에게 알려 주었다. 하지만 흥분한 A는 B가 자신보다 직급이 높아 자신이 반박할 수 없었으니 B보다 직급이 높은 내가 B에게 전화를 해서 따끔하게 훈계를 해주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웃어야 할사람이 누군가?
B의 오해로 인한 성급한 판단과 A에 대한 조롱은 그의 실수라는게 곧 드러날 것이고 사실 웃어야 할 사람은 바로 우리라는 것을 한참 설명하고 그때를 기다리도록 했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바로 다음날 B는 A에게 전화하여 사과를 하였다.
이 소식을 듣고 나는 B를 다시보게 되었다. 그리고 한편으론 자신의 실수도 모르고 남을 조롱했다고 해서 B를 저평가한 내 자신이 성급했음을 알았다. B가 성급했지만 나 또한 그랬다.
B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자신보다 아랫 사람에게 바로 전화를 하여 자신의 잘못을 사과했다. 잘못을 인정하고 아랫사람에게 용서를 구할 줄 아는 용기있는 행동이었고 나를 돌아보게 만든 작은 사건이었다.
최근 태도가 변해 조금 못마땅한 직원이 한명 있어 그 직원을 가만히 들여다 보니 그의 태도가 아니라 내가 그 직원을 바라보는 시선과 관점이 달라져 있었다. 나도 용기내어 그 직원에게 말을 건냈고 오해 했던 부분에 대해 사과하였다. 그 직원은 나에대한 태도에 변함이 없었고 내가 왜 사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10년 넘게 인도에 거주중인 20년 지기 친구를 돌아보게 되었다. 인도에 오래 있어 성격이 괴팍해 져서 나와의 소통도 조금 서먹해졌다고 생각했다.
그 친구는 자주 통화하는데 언제나 게임 얘기만 해서(한때 우리는 미친듯이 게임에 빠져있었다.) 대화가 그리 재미있다고 느끼지 못하고 있었고, 그것은 그 친구의 자기 중심적인 사고 때문에 그렇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그 친구는 지금도 한결같이 게임을 즐기고 나는 더이상 게임을 하지 않는다. 친구는 즐겁게 같이 게임을 하던 시절이 나와의 추억이며 지속이 되는 요소로 여기고 있다. 물론 내가 계속 함께 게임을 하기를 무척이나 바라는 것도 알고있다.
변한 사람은 누군가?
누군가 달라졌다고 느낄땐, 혹시 내가 달라져서 오해하고 있는건 아닌지 먼저 생각해 보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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