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5 체르노빌의 원자로 4호기에서 댜틀로프의 팀은 일 분 미만의 짧은 시간 동안 전원 공급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여기에서 일 분을 기준으로 잡은 것은 디젤 발전기를 비상 가동해서 전원을 공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일 분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거대한 전기 터빈들이 관성의 힘으로 회전을 계속해서 원자로에 냉각수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을 정도의 전기를 생산 할 것이라고 계산했다.
그런데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 때문에 댜틀로프이 실험은 자정이 지난 다음에야 시작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자정이라는 시각에 발전기 담당팀의 근무 교대가 있었다. 그 실험의 전체 과정에 대해서 잘 알고 있던 팀이 떠나고 다른 팀으로 교체되었지만, 이 과정에서 실험과 관련해서 적절한 인수인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근무를 마치고 나가는 팀의 기술자들은 애초에 자기들이 준비했던 것과 다른 양상이 펼쳐지는 것을 마뜩치 않게 여기며, 실제로 일어나고 마는 그 사고를 예방할 수도 있었을 몇 가지 조치를 취할까 하는 생각을 여러번 했었다. 예를 들면 실험을 진행하느라 일시적으로 정지시켜놓았던 자동제어 시스템을 다시 가동시키는 조치였다. 그러나 여기에서 침묵 효과가 발생했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예방하려고 어떤 조치를 취한다고해서 보상이 주어지지도 않는데 굳이 애쓸 필요가 있겠냐는 것이었다. 게다가 문제가 될 수도 있는 그 어떤 일이 확실하게 일어날 것이라는 보장도 없는 상황에서... 소련의 권력 위계 체계에서 침묵은 거의 언제나 미래를 보장해주는 가장 안전한 선택이었다. 만일 그 담당 기술자들이 실험을 중지시켰더라면, 이들은 댜틀로프로부터 실험을 지연시켰다는 이유로 심각한 문책을 받을 게 뻔했다. 댜틀로프는 상사에게 문책을 받을 터였고, 또 그 상사 역시 마찬가지였을 테고, 이런 상황은 소련 권력의 꼭대기까지 이어졌을 테니까...
문제의 그날 4월 26일 0시부터 야간 근무조의 조장이던 알렉산데르 아키모프와 그의 지휘를 받던 경험이 부족한 기술자 레오니드 토프투노프가 근무를 시작했다. 그런데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키모프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원자로로부터 혼란스러운 신호들이 계속 나왔던 것이다. 그런데 그는 자기가 근무를 시작하기 이전 시간 동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 신호들을 전력 공급이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었다. 무슨 까닭으로 그랬는지 지금도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지만, 토프투노프는 출력을 높이려고 제어봉을 원자로로 지나치게 멀리까지 밀어넣었고, 그 바람에 원자로 가동이 거의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리고 결국 오전 1시23분 45초에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고, 원자로 윗부분이 날아갔으며, 방사능 물질을 머금은 거대한 구름이 하늘로 치솟아 올랐고, 곧 서쪽으로 이동할 채비를 갖추었다. 아키모프는 원자로에 냉각수 공급을 시도하던 중에 방사능에 피폭되어 심각한 화상을 입었고 몇 주 뒤인 5월 11일에 사망했다. 그로부터 사흘 뒤에 토프투노프 역시 방사능 피폭이 원인이 되어 사망했다. 이들을 죽인 방사능 구름은 서쪽으로 이동해서 유럽 전역으로 퍼졌다. 이 죽음의 구름은 침묵 효과릐 치명적인 유산인 셈이다.
권력-간격 지수가 높은 국가에서는 서열이 높은 사람은 상당히 많은 권력을 가지는 반면에 서열이 낮은 사람은 권력을 거의 가지지 않는게 당연시 된다. 서열이 낮은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권력을 박탈당한 상태인데, 이런한 상태가 이 사람들로 하여금 조직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그 사실을 윗사람에게 알리지 못하게 가로막는다. 윗사람은 워낙 큰 권력을 가지고 있어서, 그 문제에 책임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 나쁜 소식을 전한 사람을 화풀이 차원에서 처벌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권위적인 문화권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이렇게 해서 침묵 효과가 일어난다.
러시아의 권력-간격 지수는 거의 최고치인 93이나 되는데, 이 수치는 전 세계에서 거의 가장 높은 수준이다. 러시아보다 높은 나라는 몇 되지 않는데, 말레이시아가 104로 가장 높으며, 필리핀은 94이고 파나마와 과테말라가 똑같이 95이다. 그리고 이스라엘과 덴마크 그리고 뉴질랜드는 각각 13,18,22로 가장 낮다.
가파른 위계 체계에서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보다 더 많은 권력을 가진다. 이 권력은 심리적인 것이 수도 있고 경제적인 것일 수도 있고 물리적인 것일 수도 있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권력은 당신의 혈액에 테스토스테론을 주입하고, 이 테스토스테론은 (승자 효과를 매개로 해서) 다음번에 있을 싸움에서도 당신이 승리하도록 도움으로써 당신의 권력을 더욱 크게 키워준다.
그런데 이 현상의 이면에는 다른 양상이 전개된다. 만일 어떤 가파른 위계 체계 속에 당신이 낮은 위치에 놓여 있다면 당신이 가지고 있는 권력은 그만큼 적고, 따라서 당신에게는 상관의 지시에 맞설 용기가 호르몬적으로 그만큼 작을 수밖에 없다. 역사적으로 볼 때 대부분의 혁명에서 혁명 지도자가 사회적인 서열의 하층 출신이 아니라 상층이나 중간층 출신이었던 여러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 테스토스테론이 결핍된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어떤 질문을 하길 꺼리는 경향이 조직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은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통해 명백하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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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승자의 뇌
모두가 Yes 라고 할때 No 라고 할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 정도는 아니라고 해도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을때 문제가 있다고 말이라도 해야 함은 너무도 당연하다.
'괜찮겠지'하는 안일한 생각이 큰 사고로 이어짐은 지금도 너무나 많이 일어나고 있고, 문제가 생긴 뒤에는 책임을 회피하려고 떠넘기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우리는 너무도 쉽게 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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