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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T 시클리드와 NT 시클리드

by 넓은정원 2014. 8. 2.

동아프리카 탕가니카 호수의 얕고 따듯한 물에서 사는 아프리카 물고기 시클리드 하플로크로미스 부르토니(Haplochromis burtoni)의 수컷은 두 종으로 나뉜다. 하나는 T 시클리드로 파란색이나 노란색이며 한 가닥의 검고 두꺼운 줄이 눈을 가로질러 주둥이 쪽으로 나 있고, 다른 하나는 NT 시클리드로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우중충한 회색이며 같은 종의 암컷과 색깔이 매우 비슷하다.


보통 T 시클리드는 '멋진 사윗감'을 찾는 잠재적인 장모 시클리드가 한눈에 빠질 정도로 훌륭한 자질을 타고났으며 암컷에게 매력적이다. 또 이 물고기는 NT 시클리드에게 공격적이다. 그런데 이 물고기는 우수한 피를 이어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렇게 NT 시클리드에게 공격적이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한편 NT 시클리드는 순종적이고 생식력이 없다. 이 녀석은 쪼글라들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져버린 생식기를 달고는 어두운 곳에서 존재감없이 살아간다. 이에 비해서 T 시클리드는 으스대고 다니면서 자기의 귀중한 DNA를 은혜로운 유전자 풀에 뿌리고 다닌다. ‘태어날 때부터 승자로 태어난’ 콧대 높은 우생주의자라면 무척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여길 만하다.


하지만 이따금씩 매우 특이한 일이 이들 세계에서 일어난다.


NT 시클리드를 몇 시간에 걸쳐서 관찰하다 보면, 아주 이따금씩 특이한 변모 과정이 나타난다. 이 물고기의 우중충한 비늘 색깔이 화려한 청록색이나 강렬한 햇살 같은 노란색으로 바귀는 것이다. 그리고 점차 T 시클리드의 색깔을 띠면서 쪼그라들어 있던 생식기가 점점 커지고, 이때 분출되는 테스토스테론이 이 물고기의 행동을 완전히 바꾸어놓는다. 영국 작가 로버트 스티븐슨의 소설 속 등장인물인 온순한 지킬 박사가 위험한 괴물 하이드로 바뀌는 것을 연상하면 된다. 새롭게 생식력을 획득한 이 녀석은 공격적으로 바뀐다. 암컷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고, 또 예전의 동료였던 NT 시클리드가 자기가 가는 길에서 얼쩡거리기라도 하면 사납게 공격한다. 그리고 이어서 예전에 자기를 괴롭혔던 T 시클리드 무리를 상대로 달콤한 복수를 한다. 이제는 동등한 자격으로 경쟁을 해서 그들이 거느리는 암컷을 빼앗는 것이다.


자, 이 현장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T 시클리드와 NT 시클리드는 동일한 종이며, 이들의 변모는 몇 시간 사이에 일어난다. 변모를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어떤 것이 NT 시클리드의 뇌에 있는 한 무리의 세포들을 기존보다 여덟배 정도 크게 부풀게 만든다. 그리고 이 세포들이 생식샘자극호르몬분비호르몬(gonadotropin releasing hormone) 이라는 특정한 성호르몬을 분출한다. 이렇게 분출된 호르몬이 비늘 색깔과 생식기의 크기, 성격 그리고 생식력을 마치 마술과도 같이 바꾸어놓는다. 그리고 때로는, 비록 이보다 덜 자주 일어나는 일이긴 하지만 반대의 경로로의 변모도 이루어 진다. 즉 T 시클리드가 화려하던 비늘색을 잃고 생식기도 쪼그라들어 NT 시클리드로 바뀐다. 시클리드의 세계에서 과연 무슨일이 일어나는 걸까?


정답은 이렇다. 변신에 동반되는 화려한 색깔은 변신한 시클리드가 다른 NT 시클리드 무리 속에서 두드러지게 만든다. 그런데 이 화려한 색깔이 암컷 시클리드의 관심을 사로잡는 데 유용하긴 하지만, 동시에 이것은 치명적인 약점이 되기도 한다. 화려한 색깔을 하고 있으면 먹잇감을 찾아 호수 위를 날아다니는 새들의 눈에 쉽게 띄기 때문이다. 그래서 T 시클리드는 새에게 잡아먹힐 확률이 NT 시클리드에 비해서 훨씬 높다. 그리고 이런 일이 일어날 때, 근처에 있던 운 좋은 NT 시클리드는 가엽게도 새에게 잡아먹힌 T 시클리드의 영역을 다른 시클리드가 차지하기 전에 먼저 차지할 수 있다.


살아 있는 NT 시클리드가 죽은 T 시클리드의 영역을 차지할 때, 영역을 소유한다는 이 단순한 경험이 바로 수컷 시클리드가 NT에서 T로 변하는 믿을 수 없는 변신을 촉발하는 자극으로 기능한다. 칙칙하고 순종적인 패자가 아름답고 지배적인 승자로 변신한 것은 환경의 변화에 따른 어떤 기회의 결과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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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승자의 뇌



이 신기한 현상은 가지고 싶은 욕망의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권력에 대한 욕심, 성욕, 억눌려 있던 약자의 자존심이 해방되면서 권력을 가지게 되었을때 자신을 컨트롤 하지 못하고 권력을 남용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갑작스런 권력의 쾌감에 정신 못차리고 못된 행동을 하는 경우를 우리는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평소에 이런 점을 인지하고 있다면 막상 갑자기 찾아온 권력을 보다 잘 컨트롤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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